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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생라이프

병원경영팀 7년차, 의료경영 MBA를 등록한 이유

나는 병원경영업무를 하고 있다. 대학에서 전공한 것과는 너무나 다른 일을 하게 되었는데, 벌써 7년째가 되어가고 있다니 감회가 새롭다. 대학 졸업 후 첫 회사는 대학 전공을 살려 디자인 회사를 들어갔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야근에 내 시간이 하나도 없는 일상을 반복하다 보니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과감하게 퇴사를 결정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잘한 결정이었다 생각한다.

그때만 해도 병원으로 눈을 돌린 건 아니지만 사실 쉬는 동안 생활비나 벌어볼까 해서 가볍게 입사지원을 했다. 나는 전공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잠깐 일하고 그만 둘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삶이라는 것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알바나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입사했던 회사에서 입사순으로 따지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의 오랜 기간이 지났고, 병원도 아주 많이 커졌다. 물론 병원의 높은 이직률 때문일 수도 있겠다.

 

처음에 병원에서 담당했던 업무는 내부에 있는 게시물, 병원 외부로 나가는 랜딩페이지와 이벤트 기획과 디자인 등이 주 업무였다. 병원 내에 왜 디자이너가 필요할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으니. 하지만 병원 내의 게시물들이나 디자인 작업은 진료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큰 규모의 병원은 기획부터 제작까지 체계적으로 운영할지 몰라도 소규모의 병원은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끝내기를 원한다. 모든 것은 비용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병원의 규모도 점점 커졌다. 처음 입사당시에 근무했던 직원들은 30여 명 남짓이었고, 닥터가 4~5명 정도였다. 작은 병원이었지만 남다른 시술력이 가장 베이스가 되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병원 마케팅이라는 것은 (다른 분야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선 남다른 시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병원에서 할 수 없는 것, 다른 병원에서 시도할 수 없는 것을 추구해 왔으며 그로 인해 환자가 북적북적했다. 병원의 규모와 같이 나도 성장하며 정신없는 나날들이 계속 이어졌지만 일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나는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기획에 있어서는 진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실제 병원에서 어떻게 진료가 이루어지는지 내 눈으로 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었는데 우연하게도 진료의 전 과정을 몇 달 동안 참관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마련해 주었다. 환자가 어떤 진료를 받고 어떤 부분에 만족하는지 실무를 담당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의료서비스 제공자는 환자의 말에 많이 귀 기울여야 하고, 직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굉장히 중요하다. 또, 마케팅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병원을 선택하기까지의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인지, 내원 경로나 특이사항까지 꼼꼼하게 기록하여 수치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물론 잘 만들어진 콘텐츠에 광고비용을 많이 쏟아서 효율이 잘 나오는 시기도 있었다. 규모의 경제라고 광고에 투자 한 만큼 수치가 잘 나올 때도 있기 때문에 시기적인 흐름을 잘 탄 것도 있다. 

 

입사 4년정도가 지나고 나니 내 밑으로 직원들도 들어오고 경영지원실의 규모도 점점 커졌다. 경영지원 부서도 점차 분야가 세분화되고 진료 분야도 좀 더 구체화되었다. 매출도 꾸준하게 증가했고 일하는 직원들의 수도 늘어났다. 병원의 규모는 커졌지만 뭔가 모르는 갈증 같은 것이 느껴졌다. 모든 회사가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전문 경영인이 아니고, 내 위에 나보다 더 오랜 기간 근무한 상사도 있으며, 실제 운영을 주관하는 각 팀의 수장들이 있다. 그들의 생각이 매번 틀렸다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가끔 이해되지 않는 결정들을 할 때도 있었다. 이렇게 하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총대를 매고 싶지 않은 기분은 모든 직장인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아닐까?

 

 내가 느꼈던 병원의 가장 큰 문제는 비용 대비의 효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부분이었다. 왜 효율이 떨어질까? 병원 마케팅이 PC에서 모바일로 많이 넘어갔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 되는 병원에는 다 이유가 있듯이, 병원이 더 탄탄한 구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DISC유형 중 리더십이 강하고 사람들 만나기를 좋아하는 DI형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고 거침이 없다. 또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매우 즐겁다. 좋은 기회에 병원 코디네이터 자격증과 CS강사 과정을 들었는데, 내가 일하는 병원에 응용할 만한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병원은 잘 되지만 앞으로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해서는 누구나 다 하는 서비스가 아닌 차별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교육 수료 후에는 병원의 CS교육, 내부 매뉴얼, 접점 교육, QA평가 등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나 스스로 일을 만들었다. 특히 가장 취약 했던 부분은 최전방에 있는 전화 상담 팀의 문제였다.

 

20대 초반에 콜센터에서 일 한 경험이 있는데 콜센터는 시스템이나 내부 체계가 확립되어 있고, QA도 매일, 매주, 매달 평가가 이루어지며 인사고과는 물론 급여에도 반영된다. 매뉴얼도 갖추어져 있어 친절함은 물론 상황 대처능력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실제 콜에 투입되기 까지도 트레이닝을 거친다. 일에 투입되면 전쟁터가 따로 없다. 요즘은 좀 덜한지 모르겠지만 화를 내는 고객, 욕을 하는 고객,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고객 등 정말 다양한 고객들이 난무한다. 하지만 병원 예약을 위해 일하는 예약팀은 내 눈에는 너무나 평화로웠다. 왜냐하면 고객이 need가 있는 상태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전화상담에서 클레임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리고 전문관리자의 부재도 큰 영향을 미쳤다.

 

 물론 문제는 이뿐만은 아닐 것이다. CS강의를 기획하고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왜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환자 한 명이 병원에 내원하기까지는 많은 비용이 소모되며 수많은 접점들을 거쳐 나가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이해와 개선 노력이 없으면 마케팅에 아무리 많은 비용을 쏟는다 하더라도 병원이 더 이상 클 수 없다. 커진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접점별로 매뉴얼을 만들고, 그 매뉴얼을 가지고 교육을 하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병원 진료와 서비스에 만족한 환자가 또 다른 환자를 데리고 오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브랜딩 파워를 키우고 병원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서비스 제공자인 의료진과 직원 모두가 해야 하는 일이다. 여기서 직원에 대한 복지도 빼놓을 수 없겠다. 스타벅스는 직원이 고객보다 우선이다. 

 

참고 영상 - https://youtu.be/ciUdLnFWCiY

어떻게 하면 병원이 더 체계화되고 내부가 탄탄한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대학원을 결정하게 되었다. 경영대학원이다 보니 수업이 저녁에 이루어지고 과제들에 치여 더 바쁜 일정에 시달리고 있지만 느끼는 것들이 참 많다. 의료경영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과 전공에 맞춘 수업 커리큘럼은 내가 그동안 많이 부족했고 더 공부가 많이 필요함을 느낀다. 경영대학원은 네트워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물론 그 부분도 부인할 수 없지만 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내 조직에 문제점을 내 관점에서 바라보고 내 위주로만 생각한다면 잘못된 부분을 바꾸기보다 퇴사를 결정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될 때까지 해보고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것. 쉽지 않지만 도전해 보는 것. 그렇기에 대학원을 입학했고 그 해답을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 물론 학교에서 해결책을 주지 못한다. 내가 배운 것을 토대도 시도해보고, 실패해보고, 작은 것부터 바꾸려는 노력이 모이면 아주 작게나마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